*전상국, <우상의 눈물>, 민음사(0506- )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문열의 작품이 뒤에 나왔으니까, 모방의 혐의는 당연히 이문열에게로 갈 것이다. 제목도 분석을 해보면, 둘 다 ‘영웅 혹은 우상’의 패배를 담고 있다. (이문열의 작품은 87년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나는 문학사상사에서 주최한 독후감 모집에 응모해 가작인가에 당선했었다. 그래서, 이문열의 그 작품에 애착이 간다. 그때 적은 원고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이 두 작품에 대한 비교 분석은 흥미로운 작업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전상국의 작품만을 다루기로 하자.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그 학교 내에서 모범생과, 문제 학생의 갈등, 또 그 문제 학생을 교묘히 다루려는 선생의 교활한 술책, 이런 것들이 잘 어울려져 이 작품은 상당한 상징성과 심리적 울림을 준다. 화자이자 모범생인 유대, 또 재수파인데다 반을 공포로 몰아넣고, 린치며, 다른 학생들의 도시락 까먹기며, 나쁜 짓을 일삼는 기표. 일단 이 두 사람의 관계를 꼼꼼히 짚어 보면, 유대가 기표에게 린치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조건적으로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기표에게는 악하다는 측면 외에 교활함이나, 이중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학교와 선생이라는 억압적인 권위에 도전하는, 도전할 수 있는 인물로 부각된다. 유대가 그에게 적대감만을 갖지 않는 이유, 혹은 그를 ‘우상’이라고 생각하는 연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이에 반해 반장 형우와 담임선생은 반의 평화와 질서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 표리부동이나 이중성으로 인해 독자들의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담임선생이 택한 통치(?) 방법은 결국은 ‘사실의 왜곡’이었는데, 이 방법 앞에 ‘우상’인 기표는 무장해제되고, 무기력하게 되고 만다. 기표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첫 줄에 쓰인 내용(--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은 고도의 ‘심리적 전술과 왜곡’ 앞에 서서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자의 무력감을 적실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정윤이 과외를 위해 우연히 다시 읽게 된 이 작품은 사실 생각해 볼 점이 많다. 그것은 선생과 기표, 또 유대의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고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문열의 작품과 비교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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