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눈길(77), 홍성사(050610)(14)
<줄거리>
아내와 함께 고향에 내려온 화자는 어머니가 집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넌지시 비치자, 어머니에게 빚이 없다는 평소의 소신을 내세워 그 소망을 덮으려 한다. 남편의 무뚝뚝한 태도에 화가 난 아내가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에 살던 넓은 집을 팔아 버린 대목에까지 이르게 된다. 고향에 내려온 아들에게 예전에 살던 집에서 밥 한 끼를 해먹이고, 잠을 재워 보내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두 사람이 새벽에 차를 타기 위해 눈 덮인 산길을 걷던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
누구나 다 인식하는 바와 같이 이청준의 작품은 지적인 계열과, 귀향 체험을 쓴 작품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후자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를 우리의 가슴이 시리도록 써내는, 그리고 그것도 과장된 문장이나 현란한 문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비치는 문장 가운데서 해내는, 이청준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작품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어머니와 아들의 별리가 우리에게 주는 무의식적인 충격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말은 좀더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명백하지 않은가?)
글을 적어나가면서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이 너무 담백하여, 적을 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탁번의 <달맞이꽃>이 주는 깔끔한 맛은,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가 주는 문제의식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실험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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