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두 파산, [만세전], 일신서적출판사(신천지, 49년 8월)
<줄거리>
시대 배경은 해방 후 근년. 일제 시대에 동경에서 여자 대학까지 나온 정례 어머니는 한량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남편을 대신하여 학교 앞 문구점을 세내었다. 이 문구점은 집을 저당 잡혀 은행에서 낸 빚 삼십만 원으로 얻은 것이었다. 학교 앞의 독점적인 장사라 그럭저럭 꾸려나가긴 했으나, 들여놓은 물건이 부족하여 아쉬워하던 차,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창인 김옥임이 동사(동업)를 제의해와 받아들인다. 김옥임은 ‘하루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저녁때 슬쩍 들러’는 것밖에 없으나, 그래도, 수익의 삼분의 일을 가져간다. 이런 와중에 남편이 돈을 좀 벌어보려고 시골의 남은 땅을 팔아서 ‘하이어를 한 대 사들여 놓고 택시를 부려 보았던 것이라서 이것이 사흘돌이로 말썽을 부려 고장이요 수선이요’ 하는 통에, 오히려 문구점의 돈까지 집어 먹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를 본 옥임이가 자신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 하자, 정례 어머니는 일할 오부 이자로 돌린다. 그러고도,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인지 고리대금을 하는 전직 교장 선생에게 오만 원을 빌린다. 자꾸 빚만 늘어가는 통에, 힘겨워 하던 정례 어머니는 자신이 빌려 준 돈과, 이자를 합쳐, 교장 선생님에게 한꺼번에 갚으라는 옥임의 채근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그러다가, 옥임과 길거리에서 한 바탕을 한 정례 어머니는 문구점을 교장 선생에게 넘겨 버린다.
옥임의 경우를 보면, ‘스물예닐곱까지 동경 바닥에서 신여성 운동이네, 연애네, 어쩌네 하고 멋대로 놀다가’ 도지사의 후실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자 옥임은 나이 든 남편이 중풍으로 들어 누운 데다, 반민자(反民者)로 지목된 상태라서, 고리대금이라도 해서 생화(생계)를 이어나간다고 하지만, 실상은 고리대금을 해서 꽤 많은 돈을 번 상태이다. 옥임은 젊은 남편을 둔 정례 어머니를 부러워하고, 자신이 처한 상태가 정례 어머니의 그것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는 면도 없지 않다.
정례의 부친은 옥임에게 ‘어수룩한 자동차 한 대’를 떠맡겨, ‘김옥임 여사의 돈으로’ 자신의 집문서를 찾아놓을 생각을 한다.
<평>
해방 후 어지러운 정국을 살아가는 두 여인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사람은 ‘물질적인 파산’에, 또 다른 한 사람은 ‘정신적인 파산’에 봉착하고 많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있어(옥임과 같은 편에 서 있다고 할 ‘전직 교장 선생’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객관적인 거리 유지에 힘쓰고 있는데,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두 사람이 ‘파산’에 봉착하고 만다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인 짐 아래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상이라는 작가의 비관적이고 비극적인 인생관이 노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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