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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영산면을 향하여 2(20220630)

by 길철현 2022. 7. 2.

카페에 앉아 밀린 철학 공부를 좀 할까 했으나 점심을 먹고 났더니 식곤증이 몰려왔다. 오수를 즐길 만한 조용하고 그늘진 곳을 찾아야 했다. 1080번 지방도 창녕대로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자 소류지가 두 개 눈에 들어와 일단 그곳을 찾기로 했다. 초막골지를 먼저 찾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전형적인 계곡형 소류지로 이곳 역시도 물이 많이 준 상태였다.

저수지 오른쪽으로 난 소로가 산 쪽으로 얼마 이어지지 않는 곳이라 차량의 왕래가 없을 뿐더러 그늘도 져 있어서 오수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다음 창문을 약간 열어 두고는 [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무한반복으로 듣다가 잠으로 빠져들었다. 

잠에서 깬 나는 [여초저수지]로 향했는데, 진입로를 찾을 수가 없어서 여초길을 지나 비들재길로 들어섰다. 차량 통행도 별로 없고 다른 곳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듯한 도로인데 2차선으로 잘 닦여져 있어서 나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고 싶은 유혹을 견딜 수 없었다. 길은 비들재(나는 버들재로 잘못 읽고 있었다) 정상을 너머 하왕산 뒤편으로 이어졌다. [옥천저수지] 부근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책을 읽을 요량으로 카페를 찾아 차를 몰았는데, 물이 맑고 꽤 큰 편인 이 저수지도 물이 많이 줄어서 예전의 느낌을 주지 못했고, 적당한 카페도 눈에 띄지 않아 다시 차를 비들재길로 돌렸다.

 

억새로 유명한 하왕산은 늘상 바라보기만 하고 정작 올라갈 기회를 갖지는 못했는데, 날이 좀 선선해지면 관룡산과 연계해서 산행을 한 번 해야겠다.

다시 한 번 [여초저수지]로 들어갈 길을 찾아보았으나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창녕장의사] 쪽에서 제방으로 올라갈 수 있을 듯해서 거기로 들어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수지엔 마름이 가득 덮여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내려왔더니 옆집의 아저씨가 무슨 일인지 다소 의아해했다. 풍경 사진, 저수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이런 오해는 이날 한 번 더 있었다. 

 

이때 쯤에는 더위를 피해 카페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날려버리고, 저수지 탐방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5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45번) 건너편에서 또 저수지 두 개가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전저수지] 쪽으로 먼저 접근했는데 이 저수지도 진입로를 찾기도 어려웠고, 차를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아 [남통지](지니 내비에는 [남동지]로 뜸)부터 찾았다. 남통지로 들어가는 길도 차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아 골목길에 차를 세워 두고 저수지로 걸어 올라갔다. 저수지 자체는 가장자리에 마름이 덮힌 평범한 소류지에 지나지 않았으나, 정면의 구현산과 왼쪽의 하왕산, 오른쪽의 쌍교산이 저수지를 돋보이게 했다.

제방에서 돌아나오는 길에는 작은 뱀과 조우하기도 했는데, 워낙 작은 뱀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뱀과의 잦은 접촉 때문인지 두려움이 예전만 하지는 않았다. 분명한 점은 내가 놀라는 것 이상으로 뱀이 놀란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엔 국경일도 아닌데 국기를 단 집이 여럿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여초3길]을 따라 [화전저수지]로 향하다가 얼마 전 [화전길]에서 올라오다 봐둔 체육 시설이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저수지로 향했다. 개울에 물이 고인 곳에는 피라미를 비롯 제법 큰 물고기도 눈에 띄었다. 수초가 가득 덮힌 웅덩이도 지났는데 그 밑에서는 물이 펄펄 끓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수지 상부의 밭둑을 따라 걸어들어갔더니 길은 끊어질 듯하면서 제방으로 이어졌다. 어떤 곳에는 풀이 무성해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 후회가 많이 되었다. 저수지를 탐방할 때는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웃자란 잡풀들을 만났을 때 덜 성가셨다. 

기역자 형태로 된 제방을 끝까지 걸어가 취수시설과 사로를 보고 돌아섰다. 전체적으로는 수초가 없어서 사로가 있는 제방 위에 섰을 때는 그런대로 깔끔한 인상이었다.

이 붉은 색의 풀은 이름이 무엇인지?

돌아올 때는 풀이 우거진 길을 다시 걷는 것이 싫어서 제방을 내려와 논두렁을 걸었다. 이 때부터는 또 저수지 탐방에 발동이 걸려 내비에 뜨는 대로 저수지를 찾아갔다. 다음에 찾은 곳은 5번 국도와 45번 고속도로 사이에 위치한 지게(지계, 초곡) 저수지. 사각형의 소류지로 이름이 없는가 했으나 안내판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