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듯이, 돈은 안 되지만 해야 하기로 정해놓은 일들이 산더미 같아 쉴 틈이 없다. 모임 후기를 쓰려는 생각은 계속 마음 한 자리에 두고 있었으나, 짬이 나지 않아서 20여 일이 지난 이제야 펜을 든다. 정이 형이 그날 경기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올려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지난 6월 우리 정기모임은 [제5회 탁신 회장배 최강전]으로 치러져서, 모처럼 만에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회원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풍성하고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모임의 회장직을 맡자마자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상황이 발발하여(아직도 우리는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른다), 우리 모임도 지난 2년 반 동안에 정기 모임을 일곱 번밖에 갖지 못했다. 거기다 어머니 간병 문제로 내가 대구에 내려와 있어야 해서 회원들과의 비정기적인 교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행사가 침체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모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거기다 내가 회장직을 맡고 큰 행사를 한 번도 하지 못했던 터라, 나름대로 차곡차곡 준비를 하긴 했지만, 무사히 치러낼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진행되어 뿌듯하기도 하다.
시간이 좀 지나가 세부적인 내용들은 휘발되어 버렸을 것이니 큰 줄기와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적어보려 한다.]
-- 발단(0526 일산 번개)
5월 정기 모임을 하남의 [유로파]에서 갖자 일산파들이 대거 불참했다. 지난 연말부터 내 머리를 썩여온 유니폼 문제도 좀 해결할 겸, 오랜만에 일산파들의 얼굴도 볼 겸 일산 [경태네]에서 따로 번개를 했다. 나는 엘보 때문에 몇 게임만 하고(돌림빵을 당하는 석태) 이사장이 예약해둔 [김가네]로 가서 신나게 갈빗살을 뜯고, 2차로 노래방엘 갔다. 에너자이저인 익범이 형은 밤이 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옹알이 창법으로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나를 향해 힐난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회장으로서 니가 한 것이 뭐가 있느냐, 왜 회비 문제로 왈가왈부해서 모임을 위축시키냐, 회장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때문에 별로 하는 일 없이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총무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총무 일까지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써왔는데 형이 그렇게 나오니까 내심 서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말은 그다음에 나왔다([김가네]에서 그런 말이 좀 있었던 듯한데 나는 듣지 못했다).
5백만 원 후원할 테니, 최강전 개최해.
-- 진행
원래 [탁신 회장배 최강전](이 엉거주춤한 이름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탁신 동호 회장배]와 [탁신 최강전]이 합쳐지면서 생겨났다. 처음엔 이상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나름대로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합리화하기로)은 5월에 하는 것이 관례이나 코로나 상황이 변수여서 5월에는 하지 못했고, 하반기 적당한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금액이 후원금으로 들어왔으니 나는 그 금액을 잘 분배하기만 하면 되었다.
2003년에 탁신에 들어와 19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분명하게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바꿔 말해 모임을 알차게 꾸려나가고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잘 유지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장이 되었을 때도 과도한 지출을 경계하는 동시에 모임의 내실을 다지는데 힘쓰겠다고 했다.
코로나로 모임을 할 수 없어서 작년과 올해는 회비를 걷지 않았다. 거기다 가뭄에 콩 나듯이 한 모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에 상품을 푸짐하게 돌려서 회비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래서 [최강전]을 한다면 경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익범이 형의 후원으로 나의 평소 지론과는 다르게 아주 성대하게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익범이 형은 몇 가지 원칙--본인의 이름은 빼라, 활동 회원과 비활동 회원 가리지 말고 회원 전부가 모이도록 해라, 참석자 모두가 기념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라--외에는 나에게 재량권을 주었고, 그래서 나는 5백만 원을 많이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그리고, 익범이 형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익범이 형 생일(환갑)이 모임 일주일 정도 후여서, 최강전을 이번 달에 개최하고 익범이 형 생일 축하도 같이하는 것이 순리인 듯하여 좀 급박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그쪽으로 밀고 나갔다. 몇몇 회원들이 업무 때문에, 아니면 집안 일 때문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 좀 미안했다. 하지만 대다수 회원들이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추후에 하더라도 참석할 수 없는 회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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