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가 주연은 물론 각본, 감독까지 맡은 영화. 우리나라 정치사의 암울한 시기였던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안기부의 두 고위 간부가 제 나름의 목적으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의 목숨을 노리는 걸 주된 내용으로 한 액션 추리극이다. 액션 추리극임에도 단순히 1983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용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두환의 쿠데타 이후, 80년 광주민주화운동, 83년 이웅평 조종사의 귀순, 그리고 같은 해에 있었던 버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영화에서는 태국으로 배경을 바꿈) 등 (그리고 잠깐 언급되는 수준이지만 장영자 사기 사건) 실제 역사적 사건을 작품의 진행과 맞물리게 하고 있다. 극적인 재미나 긴장감, 장면 장면의 실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다소 씁쓸하다.
영화가 실제 역사를 차용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안기부 내의 상황은 그야말로 영화적이다. 안기부 차장이라면 안기부 부장 다음의 제2인자들로 차관급 인사인데, 한 명은 북한 스파이이고 또 한 명은 광주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을 암살을 시도, 기획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냥 영화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과거의 아픈 부분들이 너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데, 그 현실성은 두 주인공이 안기부 내에서 벌이는 일들이 설득력이나 개연성이 너무 없다. '공공의 적'은 전두환이겠으나, 두 주인공이 안기부 내에서 보여주는 행태 또한 '정의의 구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정우성이 광주에서의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말 또한 별다른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요즈음 영화들은 대사의 전달에 있어서 예전과 같은 정확함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나의 청력이 떨어진 것도 일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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