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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22년 8월 18일 - 20일(대구에서 서울 올라가는 길 6) 옥천읍 - 정지용, 육영수 생가 /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by 길철현 2022. 9. 11.

기대와는 달리 금강휴게소 위쪽의 경치는 그렇게 인상적인 곳이 없어서 501번 국도를 타고 옥천 읍내에 있는 '정지용 생가'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 중의 한 명이지만 625 당시 납북된 탓에 고등학교까지 그의 시와 이름을 알지 못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작가들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1988년에 정지용 시인이 해금되고 5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용제가 열렸을 때 당시 군인 신분이었음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정지용 생가는 1996년에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평일 오후임에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정지용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가 바로 뒤에는 문학관도 있었다. 

인력 구인소의 이름마저 정지용의 대표시의 제목인 향수인 것이 자못 흥미롭다
사마소는 처음 듣는데 지방의 과거 합격자들이 친목과 정치 자문 등을 하던 곳이라 한다

그리고, 옥천에 오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로 정지용의 생가에서 머지 않은 곳에(아마도 2킬로 미터 안 되는 거리) 육영수의 생가가 있었다. 정지용의 생가는 일반 서민의 초가인데 반해, 육영수의 생가는 옥천 제일의 부잣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흔히 말하듯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십여 채도 넘게 이어지는 으리으리한 곳이었다. 마당 한 쪽에는 연을 심은 연못도 있고, 일제 강점기였던 당시에 이미 자가용을 두는 차고까지 있었다. 이 생가는 물론 원형이 아니라 2010년에 복원한 것이었다. 옥천이 나은 두 명의 유명 인사의 대조되는 생가는(사실 정지용의 생가보다 박정희의 생가가 더욱 대조된다고 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박정희 생가
육영수 생가 앞에 자리한 넓은 연밭
옥천향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사진만 찍고 패스

관광 안내도에서 발견한 인근의 교동저수지도 찾아보았다. 둘레길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걷기에 쾌적했고, 저수지 내 수초섬들에는 정지용의 시를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더욱 정감이 갔다. 둘레길에는 카페들이 몇 개 있었고, 저수지 상부의 집들도 매우 예뻤다. 

옥천 시내 길을 달려 고속도로를 타려다가 4번 국도를 탔다.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대청호를 따라 나있는 571번 지방도로 들어서게 되었고, 끝이 아마득한 대청호가 나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었지만 다음 기회에 자세히 탐방하기로 하고 계속 차를 몰았다.

청주를 지날 때는 퇴근 시간이라 차가 밀리기 시작했고 옥산면을 지나 7시 무렵에 병천면의 순대거리에 도착했다. 고기가 푸짐하고 국물이 진한 순대국밥에다 막걸리도 한 병 곁들어 여독을 풀고는 근처 '무지개 모텔'에서 또 일박을 했다(정식을 시켰더니 양이 너무 많아 순대는 포장을 해야했다). 지난번 유관순 열사 유적지를 찾았을 때 이곳에서 국밥을 먹고 아우내 독립만세 공원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예상 외로 눈에 잘 띄지가 않았다. 다음날 제대로 찾아보기로 하고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다.

순대 정식, 아우내한방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