掌 篇 ‧ 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一O錢均一床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一O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감상>
이 시에 대해 뭔가 덧붙이는 것은 시가 주는 감동을 오히려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라는 생각뿐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 정서를 정곡으로 쿡 찌른다. 눈물나게.
오 규원 : [현대시작법](문학과 지성사, 1990), p. 122.
상밥집에서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십전짜리 두 개를 내미는 거지 소녀의 태연하고, 당당하고, 효성스럽고, 비극적이기도 하고, 희극적이기도 한, 이 모든 정서적 충격은 개괄 묘사의 독특한 행간의 여백 사이의 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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