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다소 번잡스럽게 영화가 전개되는 가운데(그래서 내용을 제대로 못 따라간 부분이 있다) 주인공 제임스 콜이 겪는 사건들이 진짜인지 아니면 조현병에 따른 의식의 혼란인지 헛갈렸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시청한 결과, 전개의 번잡함은 여전하지만 작품의 구도와 내용은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류의 대다수가 사망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지하에서 살면서 시간 여행 장치를 이용하여(미래로 어떻게 다시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는 듯하기도 하고, 위험에 처했을 때 돌아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의 인간들도 이 장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로 보내기도 한다) 과거로 자원자(주로 죄수들)를 보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포되었는지를 밝혀내려 애쓴다. 그걸 통해 원래의 바이러스를 구하려고 한다. 폭력 전과로 수감되어 있던 주인공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은 1990년으로 보내지는데 정신병자로 취급을 당하고, 거기에서 정신과 여의사 캐스린과 정신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제프리(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된다. 1996년으로 다시 돌아온 제임스는 캐스린과 함께 제프리가 리더인 '12 몽키즈'라고 불리는 이들을 범인들로 추적하는데, 정작 범인은 과학자인 제프리의 아버지 조수였다. 그를 죽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제임스는 경찰에 의해 사살되고 마침 공항에 왔던 어린 제임스는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다(그런데 왜 캐스린을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는지 모르겠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조수의 옆 자리에 미래에서 과학자가 앉아 있어서 뭔가 변화를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인류가 멸종의 위험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인 동시에, 어린 주인공이 미래에서 온 자신의 죽음을 직접 목도한다는 것(그것이 자기라는 것도 모른 체)은 전체적으로 '인간이 죽음을 인지하는 순간의 공포와 죽음에 대한 의식을 언제나 안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다소 혼란스럽고 번잡스럽게 전개되는 면이 있으나(브래드 피트가 맡은 제프리라는 인물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와 문제들을 비유적으로 다룬 흥미로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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