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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

이시영 - 형님네 부부의 초상

by 길철현 2022. 12. 5.

형님네 부부의 초상 

                                       이시영 

 

고향은 형님의 늙은 얼굴
혹은 노동으로 단련된 형수의 단단한 어께
이마가 서리처럼 하얀 지리산이 나를 낳았고
허리 푸른 섬진강이 나를 키웠다

낮이면 나를 낳은 왕시루봉 골짜기에 올라 솔나무를 하고
저녁이면 무릎에 턱을 괴고 앉아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어느 먼 곳을 그리워했지

 

(...)

 

고향은 형님의 늙은 얼굴
혹은 노동으로 단련된 형수의 너른 어깨
우리가 떠난 들을 그들이 일구고
모두가 떠난 땅에서 그들은 시작한다
아침노을의 이마에서 빛나던 지리산이
저녁 섬진강의 보랏빛 물결에
잠시 그 고단한 허리를 담글 때까지 

 

[바람 속으로]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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