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다 상상력을 가미해 극을 전개해 나가는 이른바 팩션 사극으로, 역사적 배경보다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가 돌아온 소현세자의 의문의 죽음을 아버지 인조(유해진)의 명에 의한 살해로 규정하고, 허구적 인물이자 주맹증이라는 특이한 병을 앓고 있는 침술사가 그 진실을 추적, 폭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스릴러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영조가 광증을 앓는 아들이자 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는 질병으로 사망한 소현세자의 죽음을, 인조와 세자의 갈등에 따른 살해로 규정함으로써 영화 내에서 그 사실을 얼마나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전개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인공인 천경수(류준열)가 실존 인물이 아님에도 사건을 목격하고, 또 사건을 중심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한 측면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인조가 어의인 이형익에게 밀서를 통해 소현세자를 살해할 것을 지시하고, 이형익은 침술사 천경수가 소경이라고 생각해 그가 옆에 있음에도 소현세자를 독침으로 살해하는데, 어두운 곳에서는 어느 정도 사물을 볼 수 있는 천경수는 이형익이 세자를 살해했음을 알아차리고, 이 사실을 소현세자의 부인인 강빈에게 투서하였지만, 결국 이 일의 배후에 인조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짜임새 있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소현세자의 친청적인 태도로 인한 갈등 때문에 자식의 살해를 지시했다고 보기에는 인조와 소현세자의 시각차나 반목이 영화 내에서 그만큼 부각되지는 않은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서는 인조의 광기만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역사적인 사실로서 인조는 소현세자가 죽자 원손 대신 차남인 봉림대군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소현세자의 부인인 강빈을 비롯하여 소현세자 측 인물들을 거의 몰살시키다시피 하였는데, 이것은 아마도 왕위 계승을 둘러싼 잡음을 제거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로서의 흥미에서 크게 나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당대의 국제적 국내적 정세는 그 안에 감도는 피비린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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