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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영국시

테드 휴즈 - 생각 속의 여우(Ted Hughes - The Thought Fox)

by 길철현 2023. 4. 19.

The Thought Fox (1957)

I imagine this midnight moment's forest:
Something else is alive
Beside the clock's loneliness
And this blank page where my fingers move.

Through the window I see no star:
Something more near
Though deeper within darkness
Is entering the loneliness:

Cold, delicately as the dark snow
A fox's nose touches twig, leaf;
Two eyes serve a movement, that now
And again now, and now, and now

Sets neat prints into the snow
Between trees, and warily a lame
Shadow lags by stump and in hollow
Of a body that is bold to come

Across clearings, an eye,
A widening deepening greenness,
Brilliantly, concentratedly,
Coming about its own business

Till, with a sudden sharp hot stink of fox
It enters the dark hole of the head.
The window is starless still; the clock ticks,
The page is printed.

 

"머리 속의 여우" / 테드 휴즈

나는 한밤중인 이 순간의 숲을 상상한다;

뭔가 살아있다

시계의 고독 곁에서

그리고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이 백지 옆에서.

창밖에는 별도 보이지 않는다:

비록 어둠 속에서 한결 깊어졌으나

더욱 가까워진 무엇인가가

고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차갑고 검은 눈처럼 섬세하게

한 마리 여우의 코가 잔가지와 잎을 건드린다:

두 눈이 한 움직임을 거든다, 그리하여 지금 마악

그리고 다시 한번, 그리고 또 그리고 또

흰 눈 속에 산뜻한 자국을 찍는다

나무들 사이에서,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절룩거리는

그림자가 그루터기 옆을 느릿느릿 지나간다 그리고

대담히도 공터로 나오고 있는 몸뚱아리의

움푹 들어간 공동(空洞) 속에서, 눈 하나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초록 하나가

휘황하게, 골똘하게

제 일을 시작하고 있다

문득 여우의,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그게 머리의 어두운 구멍으로 들어올 때까지.

창에는 여전히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는 똑딱거리고

글은 쓰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