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모임 때문에 Klein의 글을 읽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포지션 개념과 방어들에 관한 3편의 글을 읽었습니다.
읽어야 해야만, 읽는 글이죠. ^^ 강제가 아니면 손이 잘 안 가는 글.
몇 가지 phantasy로 사람의 마음을 모두 해석해 버리는 그 집요함. “그렇게 끌어다 붙이면 안 되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에 대한 Klein의 통찰은 심오합니다. 글의 Style은 착한 학생 속 터지게 하지만,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그녀의 말을 내 언어로 이해하려 노력하면, 그 비호감의 글 속에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새로운 세상. 하면 ‘황홀’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따라오지만 Klein이 열어주는 세상은 황홀과는 거리가 멀죠.
어둠, 음습, 폭력, 살상, 야만, 끈적끈적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포. 그것이 Klein의 세계입니다. 어제 discussion 하던 젊은 선생님 한 분이 Starcraft의 Zerg 같은 분위기라고 하시더군요. (모르시면....... 아시죠? 구세대.^^)
아마도, 그녀의 인생과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들일 겁니다.
어쨌든, 어제의 주제 중 하나가 mourning(애도)이었습니다.
Freud는 mourning을 대상을 상실한 libido가 decathexis되어, ego로 완전히 철회되었다가 서서히 다시 외부 대상으로 cathexis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여기서 ego는 구조로서의 Ego가 아니라 지금 개념으로 말하면 self입니다. 이 ego는 잃어버린 대상을 내재화해서 internal object로 포함하고 있구요.
어쨌든 Freud의 개념은 energy 개념입니다.
Klein은 mourning을 대상 관계 측면에서 생각합니다. 외부 대상의 상실이 일어나면 internal object도 파괴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무너지죠. 이 무너진 마음을 극복하고 다시 internal object를 rebuilding해서 마음속의 대상 관계를 다시 만드는 것이 mourning이라는 겁니다.
Klein은 mourning이 대상을 상실했을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상징적 상실에 의해서도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Mourning을 어떻게 설명하든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은 반응이라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뭔가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한데, 그 기분이 뭔가를 잃어 버렸고, 그 뭔가를 되찾을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 때........ 그러면서 우울과는 또 다른 그리움과 슬픔이 밀려 올 때. 그런 때가 마음속에서 mourning이 진행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정신치료 과정도 몇 가지 의미에서 mourning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분석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애도합니다. 그렇게 자라지 말았어야 할, 그렇게 자라지 않아도 되었을 시간을 돌아보며, 그 시간이 되돌아 올 수 없음을, 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렸음을 애도합니다.
둘째, 분석과정에서 사람들은 이제껏 지켜온 고집과 편견,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했던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빼앗깁니다. 모든 상실에는 애도가 따르는 법. 이 과정에서는 저항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존재 양식을 상실해가는 환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애도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저항이 제대로 다루어지기도 하구요.
셋째, 치료가 끝날 때가 다가오면 분석가와의 관계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애도 반응이 나타날 겁니다. 치료 관계를 벗어나서는 볼 수 없는 사람, 어떤 사람인지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 마음속을 여행했던 사람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애도죠.
그냥,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는 것이 정신분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분석 과정 전부가 일종의 애도 과정이라고 해도, 또는 분석의 전 과정에서 공감어린 애도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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