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자아, 초자아에 대한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오늘 얘기한 것에 의하면 이드와 초자아는 마치 늘 서로 대립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드와 초자아는 곧잘 서로 협력(야합?)을 합니다.
예를 들어, 도덕적인 잣대나 종교적 신념을 들이대면서 남을 맹렬히 비난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초자아(도덕이나 종교)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비난 속에는 이드의 공격욕구가 숨어 있습니다. (사실, 숨어 있는 것도 아니죠.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데 자기만 아니라고 우깁니다.^^)
성전을 치른다고 스무 살도 안 되는 아이들 몸에다 폭탄을 감아서 터뜨리는 무슬림 전사들도, 종교적인 신념만으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거라며 공해를 양산하는 정치인들 또한 초자아와 이드가 야합한 경우라 볼 수 있겠죠.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초자아와 이드가 야합한 것이고, 나라와 국민을 들먹이는 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자기도 알면 그건 그냥 이드죠.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며, 공부 안 하는 아이를 웬수 취급하는 (진심을 다 해서 미워하는^^) 부모들 또한 초자아를 빙자한 이드의 맹렬한 활동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물론, 이드와 초자아의 협력이 꼭 그렇게 뻔히 보이는 유치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자기 성취의 욕구, 그런 것들이 보다 세련된 형태의 이드와 초자아의 협력이겠죠. 물론 그런 경우에는 자아의 노력이 덧씌워져 겉으로 보기에는 이드의 욕구나 초자아의 공격 성향이 그리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겁니다.
프로이트의 관점에 의하면 사람의 모든 생각, 감정, 행동은 세 구조의 타협에 의해 생기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사상, 이념, 가치....... 이런 것들이 갈등으로부터 생기는 타협형성이기 때문에 모두 다 이기적인 욕구 충족의 수단일 뿐이냐? 그렇게 폄하되어야만 하는 건가?
이 질문에 대한 프로이트의 대답은 근본적으로 “그렇다.” 입니다. 그게, 문명에 대한 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시각이죠.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
프로이트는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세계관을 따르자면 예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갈등의 소산, 이기적인 욕구 충족의 수단일 수 밖에 없죠. 그래서 프로이트는 예술이라는 것에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 승화(sublimation)이라는 방어의 개념을 생각해 냅니다. 비겁한 변명이죠. ^^
막가파 프로이트의 전횡에서 우리의 사상과 이념을 구해낸 것은 하트만입니다.
그가 어떻게 인류를 구원(?) 했는지, 진짜 이념과 이념을 빙자한 욕구 충족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다음 다음 다음 시간 쯤 얘기될 것 같습니다.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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