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생이는 냉이의 내 고향 사투리
울 엄마도 할머니도 순이도 나도
나생이꽃 피어 쇠기 전에
철따라 다른 풀잎 보내주시는 들녘에
늦지 않게 나가보려고 조바심을 낸 적이 있다
아지랑이 피는 구릉에 앉아 따스한 소피를 본 적이 있다
울 엄마도 할머니도 순이도 나도
그 자그맣고 매촘하니 싸아한 것을 나생이라 불렀는데
그때의 그 '나생이'는 도대체 적어볼 수가 없다
흙살 속에 오롯하니 흰뿌리 드리우듯
아래로 스며들어 발음인 '나'를
다치지 않게 살짝살짝 당겨 올리면서
햇살을 조물락거리듯
공기 속에 알주머니를 달아주듯
'이'를 궁글려 '새'를 건너가게 하는
그 '나새이',
허공에 난 새들의 길목
울 엄마와 할머니와 순이와 내가
봄 들녘에 쪼그려 앉아 두 귀를 모으고 듣던
그 자그마하니 수런수런 깃 치는 연두빛 소리를
그 짜릿한 요기(尿氣)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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