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편이 더 고귀한가. 포학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 아래 신음하는 것이,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무기를 들고 싸우다가
끝장을 보는 것이. 죽는 건 자는 것,
단지 그뿐. 그러니 잠들어 마음의 괴로움과
육신이 물려받아 피할 수 없는
수다한 통증을 끝낸다 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종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아마도 꿈꾸는 것. 아, 그게 함정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생의 굴레를 떨쳤을 때
죽음의 잠 가운데 어떤 꿈이 찾아올지 돌이켜 본다면,
우리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으며,
길고 긴 삶이란 불행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견디랴? 세상의 채찍과 멸시,
압제자의 횡포와 세도가의 오만방자,
무시당한 사랑으로 인한 격심한 아픔, 늑장부리는 법,
관리들의 무례함, 그리고 참을성 많은 유덕한 인물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한 자루 값싼 단검이면 스스로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진대.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신산한 이 삶을 투덜대며 땀흘릴까?
그 목적지에서 어떤 길손도 돌아오지 못한
미지의 나라, 죽은 후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의지를 교란하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난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현재의 고난을 견디게 한 것이 아니라면.
하여 분별심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그 결과 굳은 결심의 본래 빛깔이
창백한 생각이 가해짐에 따라 핼쑥해지고 말며,
웅대한 힘으로 박차를 가하던 계획마저
이러한 고려로 그 흐름의 방향을 놓치고
행동이란 이름을 잃게 된다.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문학의 한 구절 일 것이다. 그렇지만 햄릿이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 영어 원문은 상당히 난해하다. 이 햄릿의 독백은 희곡의 한 구절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인생살이의 신산함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훌륭한 시이기 때문에 번역해 보았다. 민음사판 최종철의 번역을 많이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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