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눈이 떠져 동네 산보에 나선다
웬일로 마음 고요롭고 발걸음도 가볍다
어두운 거리를 지나가는 차의 소리도
귀에 덜 거슬리고
매미와 뭇 벌레의 울음소리는 정겹다
길가에 드러누워 내 눈치만 살피는
길고양이 한 마리마저 사랑스럽다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노인의 속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렇다, 하늘이 나를 지상에 내려보낸 까닭도
숨이 끊어져 숨을 쉴 수 없는 고통도
몸이 뒤틀리는 쾌락의 절정도
이해를 넘어 오해에 이를 지경이다
시인이 왜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는지가
정답지처럼 또렷하고
급기야 유독 밝은 별 하나가 은근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까지 들린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