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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발걸음도 가볍게(초고)

by 길철현 2023. 9. 1.

일찍 눈이 떠져 동네 산보에 나선다

웬일로 마음 고요롭고 발걸음도 가볍다

어두운 거리를 지나가는 차의 소리도

귀에 덜 거슬리고

매미와 뭇 벌레의 울음소리는 정겹다

길가에 드러누워 내 눈치만 살피는 

길고양이 한 마리마저 사랑스럽다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노인의 속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렇다, 하늘이 나를 지상에 내려보낸 까닭도

숨이 끊어져 숨을 쉴 수 없는 고통도

몸이 뒤틀리는 쾌락의 절정도

이해를 넘어 오해에 이를 지경이다

시인이 왜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는지가

정답지처럼 또렷하고

급기야 유독 밝은 별 하나가 은근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까지 들린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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