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명문대를 나왔건만 변변한 직장조차 못 구하고
만학도로 들어간 대학원에서도
끝내 학위 취득마저 실패,
제 깜냥도 모른 채
작가의 꿈 하나만
전가의 보도인양 간직해 왔는데
등단조차 못하고 육십이 내일,
하나하나 차분히 따져보면
이 모든 게 본인 탓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지요
정신과 의사의 지적을 부인할 수도 없어
난 모래 한 톨 크기로 짜부라들었다
치이고 밀려 바닷가까지 와버린 한 톨 모래마냥
영일대 앞 바다를 바라보며
십원은 있어도 구원은 없다며
그 어디에도 언제에도 가닿지 못하는
뜻 모를 말을 토해내고 있는데
철 이르게 해변을 찾은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웅덩이를 파고
파낸 웅덩이에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고
날이 기우는 것도 모른 채
열과 성을 다해 놀고 있다
십원이니 구원이니 헛소리는 던져두고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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