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렬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1936)
-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이 시는 일단 명료해서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큰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 이국의 식물인 파초와 화자의 동일시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결말이 다소 안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큰 잎으로 겨울을 가리는 정도로는 별다른 카타르시스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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