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안내문 번역] 이 관개용 댐은 운젠 온천 휴양지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만수)면적은 25.3헥타르에 달한다. 이전에는 이곳에 민가 몇 채와 논이 있었으나, 모두 저수지 아래로 수몰되었다.
저수지를 따라 나 있는 둘레길 중간에는 거대한 바위에 새긴 마애불 다이코쿠텐(大黒天 대흑천)을 볼 수 있다. 누가 그리고 언제 이 마애불을 조성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운젠이 슈겐도(修験道 수험도) 신자들의 성지로 번성할 때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10월 초순부터 다른 겨울 철새들과 함께 기러기들이 저수지를 찾으며, 3월 말까지 머문다. 이 저수지의 이름이기도 한 원앙(일본어로 오시도리)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곤충으로는 6월에서 9월까지 저수지 주변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많이 볼 수 있다.
*다이코쿠텐 - 불, 법, 승의 삼보를 사랑하고 음식을 넉넉하게 하는 신.
슈겐도 - 일본의 토착 산악 신앙에 불교(특히 밀교)와 도교 등이 혼합하여 만들어진 종교.
[탐방기] 규슈에 내린 첫날 밤에 후쿠오카의 오호리 공원을 찾았을 만큼 저수지(호수) 덕후인 나로서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전 관광객들로 붐비던 온천 지역도 한 번 둘러볼 것이지만, 우선 저수지를 카메라에 담고, 둘레길이 있다면 한 바퀴 돌아야 할 터였다. 주차장에서 나오면서 보니까 주차장 옆은 피크닉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운전을 좀 하면서 규슈의 풍광을 좀 즐기자 하고 온 이곳이 운젠-아마쿠사(雲仙天草 운선천초) 국립공원 지역이라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로또 3등 정도 당첨된 느낌이었다(기억은 안 나지만 안내책자에서 읽은 것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아마쿠사는 또 뭐지?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니 운젠- 아마쿠사 국립공원은 "일본 규슈 중서부, 나가사키ᆞ구마모토ᆞ가고시마의 3개 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1934년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ᆞ키리시마[霧島]와 더불어 운젠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 후 1956년에 아마쿠사제도[天草諸島]를 중심으로 한 아마쿠사 지구가 공원 구역에 추가되면서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1967년에 아마쿠사고쿄[天草五橋] 주변이 공원 구역으로 추가 지정되었다"(두산백과)라고 나와있다.)
제방으로 들어서자 물이 좀 빠진 상태이긴 해도 물이 맑고 꽤 규모가 있는 저수지가 나를 반겨주었다(내비에 연못이라고 뜬 것은 '지'(池)를 영어 pond라고 옮긴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경우 pond라는 이름이 붙어있다고 해도 상당히 큰 호수인 경우가 있지만, 우리말로 큰 못이나 저수지를 연못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이후에도 상당한 규모의 저수지들이 내비에는 연못이라고 떴다). 그리고 저수지 너머로는 운젠의 고봉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제방 위로는 포장이 되어 있어서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제방을 지나 시계방향으로 저수지 왼쪽 편을 향해 나아갔다.
블록길을 좀 지나자 다이코쿠텐 안내문이 있었다. 산길을 많이 올라가야 한다면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돌계단을 조금 올라가니 바로 보였다.
옛날 옛적의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앙이라는 건 험난한 인생길을 가는데 꼭 필요한,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큰 위안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권력화된 종교는 한편으로는 엄청난 살육을 불러오기도 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십자군 전쟁이나, 또 같은 기독교 내에서도 신*구교가 벌인 종교 전쟁 등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하다. 사랑과 평화를 주창하는 대부분의 종교에 왜 이렇게 피가 많이 따르는지. 그뿐만 아니라 종교적 신념이라는 명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사이비 교주들은 전능성을 미끼로 신도들을 자신의 물욕과 성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종교가 해온 좋은 일도 많고 훌륭한 종교적 지도자들도 많을 텐데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편중되고 마는 건 나 자신이 종교에 대해 상당히 시니컬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통계를 보니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는 비종교인이 절반을 넘는다.
저수지 왼쪽 둘레길을 빠져 나오자 길은 주택가로 이어졌다.
이 골목에서 나가 운젠 지옥을 중심으로 온천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 제방을 기준으로 저수지 오른쪽도 둘러보았다. 길에서 저수지로 내려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인도를 따라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며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중간에 온천 지역에 다녀온 시간을 빼면 이 저수지를 한 바퀴를 도는데(다이코쿠텐 마애불을 보러 갔다온 것을 포함해서) 5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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