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시작과 함께 부닥치게 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이제 나가사키 시를 떠나 장도?에 오를 때였다. 불쑥 나가사키 현 끝 어딘가에 있는 '운젠'(雲仙)이라는 곳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마도 나가사키 현을 통틀어 기억하고 있는 지명이 그곳뿐이었기 때문이리라. 안내책자에서 본 사자로 시작하는 다른 한 곳은 이름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시마바라 인데 사자로 시작한다고 착각). 내비게이션은 한글과 한국어 안내가 지원되었으나, 입력은 이상하게도 영어로 해야 했다. Unzen이라고 치니 여러 곳이 떴고, 방향만 맞으면 되었으므로 그럴 듯한 곳을 선택한 다음 운전을 이어나갔다.
다시 34번 국도를 타고 나가사키 시내를 빠져 나간 다음, 내비의 안내에 따라 251번 국도를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도로 건너편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햇살이 쏟아지는 이국의 바다(우리의 바다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를 감상하고 싶었으나 차를 주차할 곳도 해변 쪽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길은 또 해안에서 멀어지고, 그렇게 나가사키 시에서 4,50분 정도 달렸을까 다시 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번에는 국도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해안도로를 달리다 도로 옆 빈 공간에 차를 세우고 잠시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를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시 차를 몰아 40분 정도 달린 뒤 편의점에 들러 아마도 캔커피를 하나 사서 마신 듯하다. 그런데, 기름을 정말로 이빠이 넣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차라서 그런가 1시간 반 가까이 달렸는데도 기름 레벨 칸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 무동력 차?
이곳에서 조금 더 가니 소빈(小浜)이라는 곳이 나왔는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안내책자에서 미국 전 대통령인 오바마와 발음이 같다고 한 것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거리를 좀 걸어볼까 하고 안쪽 도로로 들어가 보았는데 도로가 좁은 데다 주차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돌아 나오고 말았다. 도로에서 오바마라고 영어로 쓴 호텔 간판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얼마를 달렸을까? 료칸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고 뭔가 꾸리꾸리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냄새도 났다. 도로 바로 옆에서는 불이라도 난 듯 연기가 치솟아 올랐는데 사람들은 모두 태연했다. 잠시 후에야 꾸리꾸리한 냄새가 유황 특유의 향이며, 연기는 온천에서 올라오는 증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분위기로 보아 관광명소임이 틀림 없을 듯해, 적당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얼마를 머무를지 몰라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싶지는 않았는데, 거기다 앞뒤로 볼일도 급했다.
좀 더 직진해 좌회전을 했더니 오른쪽에 내비에는 **연못이라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규모의 저수지가 나무들 사이로 보였다. 그리고 좀 더 달려나가자 운 좋게도 무료 주차장도 있었다. 한쪽에는 화장실이 있어서 급한 용무도 시원하게 해결했다. 일타쌍피라고 해야 하나? 이때 시각은 1시 반 정도. 중간에 잠깐씩 옆으로 새기도 해서 이곳까지 두 시간 이상 걸렸고, 차츰 좌측통행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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