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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14) - 나가사키 평화공원 3 : 원폭자료관(20231029)

by 길철현 2023. 12. 26.

원폭 낙하 중심지를 돌다가 이곳에 왔을 때는 개관 전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8시 40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미 문을 연 상태였다. 8시 30분 개관으로 일찍 문을 여는 곳이었다. 나선형 통로를 따라 내려가니 추모 공간인데도 이곳 역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는 200엔으로 비싸지는 않았다. 이 자료관은 원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1996년에 개관을 했다고 한다.

개관 전에 왔을 때 찍은 사진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럭비가 인기 스포츠라고 하던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럭비 팀들의 유니폼과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폭발 당시 파손되어 멈춰버린 벽시계.
피폭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던 큰 건물들인 시로야마 초등학교, 진제이가쿠인 중학교, 우라카미 성당 파괴되기 전 모습.
원폭 투하 이틀 전 나가사키 항공 사진.
폭탄 투하 직후에 생긴 버섯 구름
폭심지로부터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후치초등학교의 벽. 원폭의 고열로 인해 나무 부분이 타버렸다.
미쓰비시 제강소 계단.

 
원폭 낙하 중심지에서 보았던 우라카미 성당의 벽이 이곳에도 있었는데, 이곳 원폭 자료관에 전시된 것은 복제품이었다. 

요한과 성인의 상.
다른 곳에서는 날씨 때문에 원폭 투하 지점을 고쿠라에서 나가사키로 바꾸었다고 되어있었는데, 이 안내문에서는 소이탄 연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TNT 화약 21kt이라는 폭발력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폭파로 인한 피해는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폭심지에서 800m 지점에서 피폭당한 뜰단풍나무.
중앙에 있는 납작한 암석으로 보이는 것은 열선으로 인해 굳어진 황토.
녹아서 거품을 뿜은 기와
고열로 인해 녹고 변형된 동전들.
접시, 꽃병들.

 
이런 식기들은 당시 열이 얼마나 강했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등 부분이 열선에 노출된 승려복
피폭지에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 것으로 고열로 손뼈와 유리가 한 덩어리로 뒤엉켜 있다.

 

원폭으로 아내와 세 아이를 잃은 마추오 아추유키의 시. 한글 번역이 있으면 좋을 텐데.
생존자들의 구호에 사용되던 물품.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방공호를 파던 중 피폭된 레네 쉐이퍼의 조각.

 

이기상이라는 분의 증언. 아쉽게도 한글 번역은 없다.
무너진 집에 깔린 자식을 꺼내고 죽은 어머니 이야기.
너무 목이 말라 기름이 떠 있는 물을 마신 아이. 이 글은 평화공원에 있는 평화의 샘 비에도 실려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

 
주 전시관 옆의 다른 전시관에서는 수장자료전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어로만 되어 있어 대충 훑어보고 나왔다. 

 

원폭 투하 이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원폭으로 파손돼 뼈대만 남은 히로시마 원폭 돔 모형.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지만 사실 원폭자료관에는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15분 정도. 
 

이렇게 평화공원 방문은 끝이 났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흐릿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해자 동시에 피해자인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들에 대한 감정이 양가적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우리에게도 인기가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 "바람이 분다"가 우리나라에서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떠올랐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일본인'이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인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한편으로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수히 많은 전쟁들이 있었고,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는 전쟁과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 육십 해 가까이 살면서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는 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의 현재 대치 상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여행기를 쓰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도 보고, 존 허시의 "히로시마"도 읽었다. 놀란의 영화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과학 기술이 갖는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원폭 이후 살아남은 여섯 명의 시민을 추적하고 있는 존 허시의 작품은 당시의 참상과 이후 그들의 삶을 글로 재현해 내었다. 
 
길지 않은 시간 지상에 머물다 한 점 먼지처럼 사라질 운명인데 그 동안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 중에는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즐거운 추억을 위해 떠난 여행인데 평화공원이 너무 무겁게 양 어깨를 짓누르는 듯하다.
 
기온도 온화하고 하늘도 청명하니 훌훌 떨쳐 버리고 이제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야 할 때.

로터리 클럽에서 세운 평화의 비전 상. 평화는 구호 속에서만 있는 것인지?

 
돌아올 때는 대로가 아니라 뒷길을 따라서 호텔로 향했다.

일본의 공민관은 우리의 평생학습관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저렴한 숙소를 알아두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듯해 이 호텔도 기억에 넣어 두었고, 4일 뒤 다시 나가사키로 돌아와 호텔을 찾다가 이곳도 들렀다.
다이하츠라는 곳이 자동차 정비 공장인가 했는데, 생소하긴 해도 자동차 생산 회사이다.
정골원이라는 곳도 눈에 자주 띄었는데, 정골원(접골원)은 우리의 한의원과 유사한 곳으로 침 치료, 추나(교정) 요법 등을 하는 곳이라고.
NHK 방송국 타워.
복덕(후쿠오카) 부동산도 후쿠오카에서는 물론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기업형 부동산인 듯. 부동산의 개념의 우리와 좀 다른 면이 있는 듯.
나가사키는 기독교가 제일 먼저 전파된 곳이라 그런지, 기독교도가 별로 없는 일본인데도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