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노에 꿈의 현수교(九重 “夢” 大吊橋. 구중 "몽" 대조교. 코코노에 유메 오츠리바시. 일본에서는 현수교 대신에 조교라는 말을 쓴다고. 우리도 1970년대 이전에는 조교라는 어휘를 썼다고 한다)에 가까워지자 계곡물이 맑게 흘렀고, 산에도 단풍이 울긋불긋 든 것이 보였다. 고도가 좀 있어서인지 단풍이 절정을 향해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차량 통행이 별로 없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현수교로 올라가는 산길 일부는 정말로 구절양장을 방불케 하는 꼬부랑길이었다. 조망이 좋은 곳이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좀 찍을까 했는데, 주차료를 받고 있는 듯해서 그냥 올라갔다. (구글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가츠라차야[桂茶屋 계다옥]에 딸린 주차장으로, 주차료가 1,000엔이라고 한다. 물론 그 이상의 금액을 이곳에서 소비하면 무료라고. 이곳은 기념품 판매와 함께 식당도 운영하는데, 부근에 텐구[天狗 천구]라는 작은 폭포도 있어서 인기가 있는 곳으로 보인다. 이 인근의 계곡은 경치가 아름다워 규스이[九酔 구취] 계곡이라 불린다.)
언덕을 다 오르고 나니 멀리 현수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을 지나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올 때만 해도 정말 골짜기까지 왔다고 생각했으나, 평일임에도 넓은 주차장엔 자가용이 가득하고 관광버스까지 와있었다. 웬일인지 주차료를 받지 않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니(그 이유는?) 남쪽으로 멀리 솟아 있는 고산들에 먼저 시선이 갔다(이 산들은 구주(九重)산으로, 그중 규슈 지역 최고봉인 나카다케는 1791m에 달한다. 이 구주산은 아소산과 함께 아소구주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입장료가 500엔. 주차료를 따로 받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현수교는 2006년에 완공되었으며, 길이는 390m, 높이는 173m로, 지면과의 표고차가 일본에서는 가장 큰 다리이다. 길이도 보행교로는 일본에서 제일 길었으나, 현재는 2015년에 완공된 길이 400m인 미시마 현수교가 제일 길다.
바람도 없고 출렁다리가 아니라서 지면과의 표고차가 많이 나긴 했으나 흔들림 없이 씩씩하게 나아갔다.
먼저 왼쪽(계곡 아래쪽) 방향을 보면서 나아가다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약간 철이 이른 듯 하긴 해도 단풍이 든 계곡과 먼 산들이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오는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았더니 절벽을 타고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폭포가 있는 줄 모르다가 만나니 이 수려한 경치가 더욱 돋보이는 듯했다. 우기가 아닌데도 백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폭포가 상당한 수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시선을 더 돌리자 현수교를 출발할 때는 가리어져 있던 계곡 안쪽에서 더 큰 규모의 폭포가 우렁차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기 때면 중간에 있는 절벽에도 폭포가 떨어져 내린다고 했다. 그래서, 이 폭포들을 남편과 아내, 아들 폭포라고 한다고. 이때의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본어를 알아들었을 리는 없으니 한국인이었으리라.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현수교 안내문에는 이 폭포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 폭포들의 이름은 신도[震動 진동] 폭포이고 일본의 100대 폭포 중 하나이다. 실제로 오른쪽에 있는 것을 남자 폭포(83m), 왼쪽에 있는 것을 여자 폭포(93m)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폭포라는 말 대신 타키[滝 롱]라는 어휘를 쓰는 것도 흥미롭다.)
이 폭포들을 보고 있으니 2017년도 5월 일본에 놀러 왔다가 찾았던 닛코의 게곤(華厳 화엄) 폭포가 떠올랐다. 높이가 101m인 그 폭포는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였다. 매표소 밖에서도 폭포를 볼 수 있었지만, 돈을 내고 바위를 뚫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니 폭포를 더 온전히 볼 수 있었다.
현수교를 건너자 반대편에서도 입장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5분 거리에 백조신사 전망대가 있다 하여 안내판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중간에 거의 방치된 전망대가 있어서 그곳에도 올라가 보았다.
백조신사 전망대에서의 조망도 대동소이했다. 이쪽에서는 폭포가 보이지 않는 것이 큰 약점이었다.
다시 현수교로 돌아와 연배가 있는 직원분에게 사진을 부탁하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구도는 좋았는데, 초점이 좀 부정확했다.
입구 쪽에서는 가족들이 단체로 여행을 온 한국과 중국의 여행객들이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이, 얼, 산.
멋진 경치를 눈에 가득 담았으니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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