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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23) - 사가에서 코코노에로(20231030)

by 길철현 2024. 1. 22.

다음 목적지는 긴린코 호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내 책자를 보니 '고코노에(九重 구중) 꿈의 현수교'가 괜찮아 보였다. 지도를 보니 이곳에 들렀다가 긴린코로 가면 될 듯했다. 게다가 이곳은 렌터카가 아니면 찾아가기 힘든 여행지로 소개되고 있어서 나를 더욱 끌어당겼다. 

 

10시가 좀 넘어서 호텔을 나선 다음 내비에 이곳을 영어로 치려니까 난감했다. 'Dream Suspension Bridge'가 떠올랐으나 내비에 저장되어 있을 듯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Kokonoe'라고 친 다음 그럴듯한 곳을 선택했다(기억이 불분명한 대로 어떤 의원[clinic]이었던 듯하다). 내비는 고속도로로 안내하고 있었고, 시간이 급한 것은 아니었으나, 일본의 고속도로를 한 번 달려보고 싶기도 해서 사가야마토 톨게이트로 향했다. 

 

시외곽으로 나오자 갑자기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좌회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우리나라는 빨간불일 때에도 일시정지 한 다음 우회전을 할 수 있는데, 좌측통행을 하는 일본에서도 빨간불에 좌회전이 가능한 것인지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 밖에 차량이 없으면 중앙선을 넘어서 우회전을 하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질서의식이 강한 일본 사람들이 교통 법규 위반을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어떤 경우에 허용되는지도 궁금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1) 빨간불인 경우 모든 방향 정지, 파란불인 경우 모든 방향 진행 가능(좌우회전 모두 가능, 비보호 개념) 2) (도심이나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 위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더라도 아래에 녹색 화살표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경우에는 그 방향으로 진행가능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몰라 통행하는 차량도 보행자도 없을 때 빨간불에서 두어 번 정도 좌회전을 했는데, 감시카메라나 교통경찰이 있었더라면 딱지를 뗐을 수도 있었다. 7년 전 영국 에든버러 시내에서 어린 교통경찰에게 딱지를 뗄 뻔한 것도 빨간불에 좌회전을 한 때문이라는 것을 이때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에든버러 도심을 천천히 차를 몰고 가다 신호에 걸려 섰는데, 누군가 거칠게 문을 열고는 아주 강압적인 목소리로 신호를 위반했다면서 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나는 내가 언제 위반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건네며, 최대한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관광객이고, 길도 몰라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새파랗게 어린 백인 경찰은 그제야 좀 누그러진 표정으로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하면서 그냥 보내 주었다. 내가 위반을 했다면 그보다 한참 전에 빨간불에서 좌회전을 한 것밖에 없었는데, 아마도 그는 차로 계속해서 나를 따라왔던 모양이었다. 시간적 차이가 있었고, 그게 법규 위반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 때문에 딱지를 떼려 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날 인터넷을 찾아 보면서 나라 별로 다른 중요한 교통 법규 사항을 확실히 인지해 둘 필요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의 하이패스 개념인 ETC 카드의 위력으로 톨게이트를 가뿐하게 통과하고 후쿠오카, 오이타 방향으로 들어서자 그다음부터 운전은 아주 순조로웠다(E34 34번 고속도로).

구글. 사가야마토IC.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통행량이 많아 편도 2차선의 경우 추월차로(1차로)와 주행차로(2차로)의 구분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데, 이날 달린 고속도로에서는 이틀 전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차들은 대체로 추월차로와 주행차로를 지켰다. 나 역시도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 주행차로로 느긋하게 달렸고, 무엇보다 레이싱이라도 하는 듯 제한속도를 몇십 킬로미터 훌쩍 뛰어넘는 폭주족이 없어서 좋았다(과속 카메라 탓인지 우리나라도 예전보다는 이런 폭주족이 많이 줄었다). 고속도로에도 과속 카메라는 눈에 띄지도, 내비에 뜨지도 않았고, 차들은 대체로 백에서 백이십 사이로 달렸다(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있고 경찰차가 단속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처럼 시도 때도 없이 과속 카메라가 등장하지는 않는 듯했다). 

 

중간에 휴게소가 있었으나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또 어떤 곳은 안내 표지판으로 볼 때 화장실만 있는 주차장 같은 곳이라 지나치고 하다가, 아점을 먹을 때도 된 것 같아서 10시 50분경에 어떤 고속도로 휴게소로 들어갔다. 

내가 들른 곳은 야마다(山田 산전) 휴게소였다.

 

우리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으며, 푸드코트 또한 거의 같았다. 나는 키오스크에서 돼지고기 덮밥(850엔)을 시켰다. 이때 뒤에서 또 들려오는 한국어. 이쯤이면 규슈 어디를 가든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은 없을 듯했다.  

숟가락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걸 어떻게 젓가락으로 먹지?
퇴식구가 아니라 반각구(返却ロ).
오이타(大分 대분)현 관광 지도. マップ는 맵(map). マツプ가 사전에 나오지 않아 이상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작은 ッ는 큰 ツ와는 달리 촉음으로 뒤에 오는 소리에 따라 발음이 변하는 받침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 여행기를 쓰는 시간인지 일본어를 공부하는 시간인지. 이 당시에는 코코노에가 구중( 九重)이라는 걸 몰라 지도에서 내 목적지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다시 출발했다가 내비의 안내에 따라 구스(玖珠 구주)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왔다(수첩에 2300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있는데 통행료인지 뭔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일반 통행료는 2,680엔, ETC는 1,880엔이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 통행료가 2만 원에 육박하다니, 우라지게 비싸군). 

월요일 낮이라 그런지 어떤 곳은 도로가 상당히 한산했다.
구스 인터체인지

 

인터체인지 바로 앞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 다음 휴식을 취한 다음 38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구글

그래서, 국도에서 빠져나와 차를 세울 만한 곳을 찾았다. 현도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떤 집 앞에 주차공간이 많이 비어 있어 거기에 차를 세우고 내비에다 'Kokonoe Bridge'인가를 쳤더니 목적지인 '고코노에 꿈의 현수교'가 떴던 듯하다. 일반도로를 이용했어도 시간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을 텐데,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이 장소를 쉽게 찾기 위해 내비 지도를 찍어 두었는데 초점이 맞이 않았다. 하지만 기억을 좇아 구글 지도를 따라가보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구글. 마블 수퍼히어로들이 모였다.

 

코코노에 IC를 나와 40번 현도를 타고 '꿈의 현수교'로. 고지가 멀지 않다.

노가미(野上 야상) 사거리.
좌측 간판. 1.7km 전방에 산천어(やまめ 山女 산녀) 식당이 있다고.
사가에서 코코노에 꿈의 현수교까지 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