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봄노래

by 길철현 2024. 2. 1.

봄노래 

                     김광규

 

눈이 녹으며 산과 들

깊은 생각에 잠긴다

 

희미한 추억을 더듬는 들판

잡초들은 제 키를 되찾고

기억력이 좋은 미류나무

가자마다 꼭 같은 자리에

조심스레 나뭇잎들 돋아난다

 

진달래는 지난날 생각하며

얼굴 붉히고

산골짝에 푸익는 암내

시냇물은 싱싱한 욕정 흘리고

피임한 여자들은 예쁜 

죽음의 아이를 낳는다

 

이윽고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

산과 들 조금씩 자라고

남자들은 새로운 아파트를 지으며

고향에서 그만큼 멀어진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지. 1979. 38

------

 

계절의 순환을 노래한 시인데, 자연의 흐름과 인간 사회의 괴리가 제시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달곰에게"에 실린 유종호 해설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