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노래
김광규
눈이 녹으며 산과 들
깊은 생각에 잠긴다
희미한 추억을 더듬는 들판
잡초들은 제 키를 되찾고
기억력이 좋은 미류나무
가자마다 꼭 같은 자리에
조심스레 나뭇잎들 돋아난다
진달래는 지난날 생각하며
얼굴 붉히고
산골짝에 푸익는 암내
시냇물은 싱싱한 욕정 흘리고
피임한 여자들은 예쁜
죽음의 아이를 낳는다
이윽고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
산과 들 조금씩 자라고
남자들은 새로운 아파트를 지으며
고향에서 그만큼 멀어진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지. 1979.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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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순환을 노래한 시인데, 자연의 흐름과 인간 사회의 괴리가 제시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달곰에게"에 실린 유종호 해설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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