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사랑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머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한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버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김광규. "좀팽이처럼". 문지. 1988(198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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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생명체인 달팽이의 사랑을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포착하고 있다. 달팽이의 맹렬함을 노래한 톰 건의 '달팽이를 생각하며'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괜찮을 듯하다. 박형준의 '달팽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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