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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봉순이 엄마

by 길철현 2024. 2. 15.

봉순이 엄마

                    김광규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먹갈치와 물오징어를 사라고 외치는 

봉순이 엄마

생선장수 어미가 창피해서

골목길을 피해다니던 딸을 그녀는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워놓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 온갖 일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고

별다른 요구도 하지 않고

요란한 투쟁도 벌이지 않고

자반고등어와 이면수를 사라고 외치며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봉순이 엄마

민주화가 무엇인지

올림픽이 어디서 열리는지

공장이 왜 문을 닫는지

전혀 아랑공없이 한평생

생선을 받아다 팔면서 살아온

그녀는 조합 없는 노동자

구호를 모르는 민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미더운 이웃

 

김광규. "좀팽이처럼". 문지. 1988. 52-53

 

-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식을 기르는 한 서민의 모습을 담아낸 시이다. 단순화일 수도 있고, 감상적일 수도 있으나 웬지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