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엄마
김광규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먹갈치와 물오징어를 사라고 외치는
봉순이 엄마
생선장수 어미가 창피해서
골목길을 피해다니던 딸을 그녀는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워놓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 온갖 일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고
별다른 요구도 하지 않고
요란한 투쟁도 벌이지 않고
자반고등어와 이면수를 사라고 외치며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봉순이 엄마
민주화가 무엇인지
올림픽이 어디서 열리는지
공장이 왜 문을 닫는지
전혀 아랑공없이 한평생
생선을 받아다 팔면서 살아온
그녀는 조합 없는 노동자
구호를 모르는 민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미더운 이웃
김광규. "좀팽이처럼". 문지. 1988. 52-53
-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식을 기르는 한 서민의 모습을 담아낸 시이다. 단순화일 수도 있고, 감상적일 수도 있으나 웬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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