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한 모습
김광규
천장과 두 벽이 만나는 곳
세 개의 평면이 직각으로 마주치는
방구석의 위쪽 모서리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빠져나갈 틈도 없이
한곳으로 모여 눈길을 막아버리는 뾰족한 공간이
낮이나 밤이나
나를 숨막히게 한다
빗소리와 새들의 노래 들려오는 창문
산수화 한 폭 걸려 있는 넓은 벽
현등이 매달린 천장
이들이 마침내 이렇게 만나야 하다니
못 한 개 박혀 있지 않고
거미줄도 없는 하얀 구석에서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꼭지점에서 멈추어
이렇게 끝내야 하다니
결코 바라보고 싶지 않은
낮의 한구석
그대로 눈길을 돌릴 수 없는
밤의 안쪽 모서리
* 현등(懸燈) 등을 높이 매닮. 또는 그 등.
김광규.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문지. 1998. 92.
- 잘 와닿지 않는 이 시는 한계에 대한 이야기, 특히 죽음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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