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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끝의 한 모습

by 길철현 2024. 8. 21.

 

끝의 한 모습

                                      김광규

                                      

천장과 두 벽이 만나는 곳

세 개의 평면이 직각으로 마주치는

방구석의 위쪽 모서리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빠져나갈 틈도 없이

한곳으로 모여 눈길을 막아버리는 뾰족한 공간이

낮이나 밤이나

나를 숨막히게 한다

빗소리와 새들의 노래 들려오는 창문

산수화 한 폭 걸려 있는 넓은 벽

현등이 매달린 천장

이들이 마침내 이렇게 만나야 하다니

못 한 개 박혀 있지 않고

거미줄도 없는 하얀 구석에서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꼭지점에서 멈추어

이렇게 끝내야 하다니

결코 바라보고 싶지 않은

낮의 한구석

그대로 눈길을 돌릴 수 없는

밤의 안쪽 모서리

 

* 현등(懸燈) 등을 높이 매닮. 또는 그 등.

 

김광규.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문지. 1998. 92.

 

- 잘 와닿지 않는 이 시는 한계에 대한 이야기, 특히 죽음에 대한 비유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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