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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어딘가 달라졌다

by 길철현 2024. 8. 21.

어딘가 달라졌다

                                    김광규

 

어딘가 달라졌다 그는

두 팔로 운전대를 감싸안고

고개를 잔뜩 앞으로 내민 채

전후좌우로 쉴새없이 눈을 돌리다가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쪼르르 달라나가고

교통경찰이 없으면 종로 한가운데서도

날쌔게 왼족 골목길로 꺾어들어간다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바깥 세상을 살피는

생쥐처럼 반짝이는 눈

재빠른 움직임

그렇구나 운전을 시작한 뒤부터

그의 눈빛과 몸놀림이 달라졌구나

착하고 맑은 사슴의 눈으로 한때

어릿거리며 천천히 걸어오던 명륜동 길로

보행인들을 헤치고 자동차를 몰면서 그는

변해야 산다고 말했다

그는 젊어진 것 같았다

 

*어릿거리다 말과 행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생기 없이 움직이다.

(어렴풋하게 자꾸 눈앞에 어려 오다.)

 

김광규.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문지. 1998. 85. 

 

- 운전으로 대변되는 기계 문명이 인간에게 끼치는 변화(주로 나쁜 쪽으로)를 비판하고 있는 시. 이러한 이분법이, 그러니까 운전을 하기 이전의 그를 착하고 맑은 사슴의 눈이라고 못 박고 있는 것은, 자칫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불러오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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