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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저수지 순례

by 길철현 2024. 8. 28.

 

저수지라면 으레 낚시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저수지를 찾는다고 저수지만 찾는다고 믿는다면

저수지의 저자도 모르는 자이다

까닭도 이유도 없이 저수지 덕후가 되어

저수지란 저수지는 모조리 다 헤집고 다닌 지 어언 오십하고도 구 년

저수지를 찾아

일단 제방 위에서 일별한 뒤

둘레길이 있으면 한 바퀴 따라 돌고 

없으면 그냥 물 위를 걷는다

(물론 사람이 있을 때는 걷지 않는다)

저수지는 커지면 거대한 댐을 지닌 **호가 되고

정말 큰 놈은 한반도를 집어넣고도 헐렁할 정도,

그런데 작은 놈은 소류지요, 연못이요, 아예 둠벙이다

씨알 굵은 붕어라도 건지려면

적어도 적어도라는 말을 피할 정도는 되어야겠지만

무작정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저수지를 저수지로 완성시켜 주는 건

팔 할이 풍광이라,

저수지를 감싸 안은 산이며

산 위의 구름이며

구름 위의 태양이며

(유유한 달빛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저수지 상류에 자리한 외딴집 하나

중간쯤엔 시인묵객이 찾았다는 정자

그리고 제방 아래 통속적 이름의 사찰과

수백 년 시간을 말없이 건너온 노거수 한 그루,

혹은 두 그루

또 바람에 홀린 물이 추는 춤은 어떠한가?

한 걸음 두 걸음 옮기면

풀들도 사각사각 거리며 화답하고

때론 목쉰 비명 같은 새소리도 합류하지

그렇다, 이 모든 것들이 얼크러져 한 편의 그림이,

혹은 한 편의 시가 이룩되는 것이다

 

 

 

 

 

 

 

 

 

 

 

 

 

 

 

 

 

 

 

 

 

 

 

 

저수지라면 으레 낚시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들여다보는데 안 잇는 바보이고

저수지를 찾는다고 저수지만 찾는다고 믿는다면

들여다본다고 잇는 바보이다

까닭도 이유도 없이 저수지 덕후가 되어

저수지란 저수지는 모조리 다 헤집고 다닌 지 어언 오십하고도 구 년

저수지를 찾아

일단 제방 위에서 일별한 뒤

둘레길이 있으면 한 바퀴 따라 돌고 

없으면 그냥 물 위를 걷는다

(물론 사람이 있을 때는 걷지 않는다)

저수지는 커지면 거대한 댐을 지닌 **호가 되고

정말 큰 놈은 한반도를 집어넣고도 헐렁할 정도,

그런데 작은 놈은 소류지요, 연못이요, 아예 둠벙이다

씨알 굵은 붕어라도 건지려면

적어도 적어도라는 말을 피할 정도는 되어야겠지만

무작정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저수지를 저수지로 완성시켜 주는 건

팔 할이 풍광이라,

저수지를 감싸 안은 산이며

산 위의 구름이며

구름 위의 태양이며

(유유한 달빛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저수지 상류에 자리한 외딴집 하나

중간쯤엔 시인묵객이 찾았다는 정자

그리고 제방 아래 통속적 이름의 사찰과

수백 년 시간을 말없이 건너온 노거수 한 그루,

혹은 두 그루

또 바람에 홀린 물이 추는 춤은 어떠한가?

한 걸음 두 걸음 옮기면

풀들도 사각사각 거리며 화답하고

때론 목쉰 비명 같은 새소리도 합류하지

그렇다, 이 모든 것들이 얼크러져 한 편의 그림이,

혹은 한 편의 시가 이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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