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했으니
아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생에 기저귀를 갈 일은 없으리라 했는데
엄마는 나이가 너무 많아 한 살이라고 우기더니
진짜 한살배기처럼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었다
초보 땐 누구나 그러하듯
기저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엄마가 아무리 한 살이라고 우겨도
몸피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어서
모르긴 해도 애기 기저귀 채우기보단
갑절 이상 어려울 듯
엄마는 똥오줌을 못 가리는,
울고 떼를 쓰는 자식이
그래도 언제나 사랑스러웠을까?
지린내와 구린내마저 역겹지 않았을까?
엄마의 젖을 문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을까?
이상하게 역전된 엄마와 나의 관계
연신 신음소리를 흘리며
무신 미련이 남아 이 지랄이고를 되뇌는 엄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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