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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기저귀를 갈면서

by 길철현 2024. 8. 30.

육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했으니

아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생에 기저귀를 갈 일은 없으리라 했는데

엄마는 나이가 너무 많아 한 살이라고 우기더니

진짜 한살배기처럼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었다

초보 땐 누구나 그러하듯

기저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엄마가 아무리 한 살이라고 우겨도

몸피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어서

모르긴 해도 애기 기저귀 채우기보단

갑절 이상 어려울 듯

엄마는 똥오줌을 못 가리는,

울고 떼를 쓰는 자식이

그래도 언제나 사랑스러웠을까?

지린내와 구린내마저 역겹지 않았을까?

엄마의 젖을 문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을까?  

이상하게 역전된 엄마와 나의 관계

연신 신음소리를 흘리며

무신 미련이 남아 이 지랄이고를 되뇌는 엄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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