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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화금지, 수요일

by 길철현 2024. 1. 25.

 

화요일이나 금요일에 찾아야 마땅할 듯하지만

불의 날이나 쇠의 날보다는 

물의 날이 오히려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따사로와

미세먼지 정도야 애교로 웃어넘기며

두 다리의 힘을 적당히 풀고 돌아본다

 

남은 생각 하나마저 제방 위에 풀어버리고는

물결이 물넘이를 넘을 듯 말 듯 희롱하는 모습에

잠시 동참하기도 한다 

 

마실 나선 어르신도

목적지에 목마른 차량도 눈에 띄지 않는,

만나기 힘든 고요만 다리쉼을 하는 곳

 

올백으로 한껏 멋을 부린 후티티 한 마리

떠나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잊어버린 채

고요를 응시하고 있다

 

 

* 화금지는 경북 청도군 풍각면 화산리에 위치한 저수지인데,  화산리와 저수지 아래쪽에 위치한 금곡리에서 한 자씩 따와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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