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언제부턴가 거기에 있었지
현재도 거기에 존재하고
아마도 당분간은 거기에 있겠지
겨울엔 얼어붙어 죽음보다 고요한 잠을 자기고 하고
세상이 싫어졌나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임장을 하지 않아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또는 필력이 만갑인 어느 필자의 손 끝에서
용트림이라도 할 듯 수려한 모습을 뽐내지만,
고봉을 오르는 듯 힘겨이 제방에 올라 섰을 때,
하늘과 산과 물이 모두 다 같은 푸른 빛이자
또 동시에 다 다른 푸른 빛일 때,
산을 넘어온 바람이 코끝을 희롱하고
물결은 찰랑찰랑 둑과 힘 겨루기를 하고
인기척에 놀란 오리들이 푸다닥 날개짓을 할 때,
바로 그 때,
바로 그 순간,
저수지는 내 몸을 뚫고 들어와
피를 타고 돌며
소근소근 속삭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