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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하루 또 하루

by 길철현 2024. 8. 30.

하루 또 하루

                       김광규

 

느닷없이 암 진단이 떨어진 날부터

우리의 건강한 동료 이선생이

유기수가 되었습니다

육개월 남짓

기한만 채우면

출옥합니다

갑갑한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지요

뒤에 남은 무기수들

조만간 출옥할 가망도 없이 우리는

계속 복역합니다

억지로 견디는 것이지요

버드나무 붙들고 울던 사람들

불쌍하게 되새기면서

헛된 희망의 세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우리는

하루 또 하루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103.

 

- 죽음을 출옥하는 것으로 보는 역발상이, 후반부의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뒤섞이며 시 이해에 약간 혼란을 불러온다. '헛된 희망의 세월'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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