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
김광규
느닷없이 암 진단이 떨어진 날부터
우리의 건강한 동료 이선생이
유기수가 되었습니다
육개월 남짓
기한만 채우면
출옥합니다
갑갑한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지요
뒤에 남은 무기수들
조만간 출옥할 가망도 없이 우리는
계속 복역합니다
억지로 견디는 것이지요
버드나무 붙들고 울던 사람들
불쌍하게 되새기면서
헛된 희망의 세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우리는
하루 또 하루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103.
- 죽음을 출옥하는 것으로 보는 역발상이, 후반부의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뒤섞이며 시 이해에 약간 혼란을 불러온다. '헛된 희망의 세월'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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