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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끈

by 길철현 2024. 8. 30.

                       김광규

 

낡은 혁대가 끊어졌다

파충류 무늬가 박힌 가죽 허리띠

아버지의 유품을 오랫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셈이다

스무 해 남짓 나의 허리를 버텨준 끈

행여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물에 빠지거나

땅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붙들어주던 끈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나의 허리띠를 남겨야 할 

차례가 가까이 왔는가

앙증스럽게 작은 손이 옹알거리면서

끈 자락을 만지작거린다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14.

 

- 계속 이어나갈 전통을 낡은 혁대에 빗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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