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김광규
조심스럽게 물어보아도 될까. . . .
역사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
주먹을 부르쥐고 외치는 사람이
누구 앞에서 눈물 한번 흘린 적 없이
씩씩하고 튼튼한 사람이 하필이면
왜 시를 쓰려고 하는지. . . .
아무런 부끄러움도 마음속에 간직하지 못한 채
언제 어디서나 마냥 떳떳하기만 한 사람이
과연 시를 쓸 수 있을지. . . .
물어보아도 괜찮을까. . . .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80.
- 시란 큰 목소리를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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