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 한 마리
김광규
청설모 두 마리
고은산에 살았다
우람한 소나무 줄기 타고 올라가
앞발로 솔방울 맴맴 돌리며
갉아 먹고 산자락 마을에 내려와
음식물 쓰레기도 주워 먹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한 놈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옮겨
뛰다가 떨어져
살쾡이에게 잡아먹힌 듯
수놈일까 암놈일까
청설모 한 마리
살아남은 것
산책 길에 보았다
의주로와 모래내길과 연희로 사이에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비좁은 삼각주처럼 남아 있는 산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도심의 작은 산에 갇혀서
청설모 한 마리
외롭게 산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22-23.
- 이 청설모와 우리 인간의 삶은 얼마나 다른 걸까? 짝(꼭 배우자는 아니더라도)을 잃은 채 홀로 외롭게 지내는 청설모의 모습이 짠하다. 집 근처 경 장비 보관소에 있던 두 마리 개 중 더 나이가 어린 황구가 죽고, 백구 혼자 외롭게 지내는 모습이 연상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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