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용도
김광규
달동네 좁은 골목 언덕길로
연탄을 날라다 주고
독거노인과 소녀 가장에게 남몰래
쌀과 김치 보내준
가난한 이웃들의 이름
아무도 모른다
빈민 운동가로 막사이사이 상을 타고
빈곤층 대변하던 그 국회의원
누구인가
우리는 알고 있다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공표한 명망가도 있었다
중산층이나 부자보다 빈민들의 수효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던
의회주의자 그는
가난의 용도까지 속속들이 깨달은
뛰어난 정치인이었다
그렇다 누가 뭐라 해도 인간은
무리 지어 떠도는 불쌍한
정치적 동물 아니냐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64-65
- 가난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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