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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여행이야기

화산마을[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20240831)군위 나들이 5/풍차전망대/화산산성/하늘전망대/억새바람길

by 길철현 2024. 9. 3.

 

[화산마을 소개] 화산은 군위군 삼국유사면과 영천시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 828m이다. 이 산의 9부 능선인 700m 부근에 위치한 산중 마을이 바로 화산마을이다. 이 화산마을은 자연스럽게 취락이 형성된 농촌 마을들과는 달리, 1962년 국토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된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조성 초기 180가구로 시작했으나, 불편한 교통과 어려운 식수 사정 등으로 20가구까지 줄었다가 현재는 71가구로 늘었다. 고산지이면서도 밭으로 개간을 해서 전망이 아주 좋으며, 특히 군위호를 조감할 수 있는 풍차전망대(2019년 조성)와, 화산 마을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하늘전망대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이 밖에도 조선 시대 후기에 조성된 화산산성(대구광역시 기념물)은 성문과 수구문 등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 이곳을 들른 김에 한 번 찾아갈 만한 곳이다(대구신문에 실린 기사 참조). 

 

[탐방기]  작년(2023년) 7월 1일 자로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었고, 따라서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는 강화도와 백령도를 포함하고 있어서 광역시 중 면적이 가장 넓었던 인천을 제치고 당당히 1위로 올라섰다(사실 넓은 것이 큰 자랑거리는 아닐 수도 있는데. 뭐든지 1등 하면 일단 기분이 좋으니까). 그런데, 군위에는 딱히 찾을 만한 곳이 없었다. 군위호라는 큰 호수가 있지만 이곳 또한 기대에는 못 미치는 곳이었다. 아니,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군위에서 청송 가는 길에 본 아미산이라는 바위산도 참 멋있었다. 이날은 군위읍 광현리에 있는 세 곳의 광현지를 찾아 나선 길이었는데, 먼저 다른 곳을 들렀다가 갈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던 중, 예전에 동생에게 들었던 이 마을 이야기가 떠올라 일단 이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집에서 나선 시각은 2시 40분, 원래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나, 중간에 저수지를 몇 군데 들르는 바람에 2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삼국유사 교차로에서 화산길을 따라 화산마을로 들어가는 초입.

 

유달리 뾰족해 이 부근을 지날 때면 시선을 사로잡던 이 봉우리는 옥녀봉(562m)

 

진입로에서 화산마을까지는 6.7km로 구불구불하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고 2차선 도로도 넓은 편이다. 

 

내비게이션에는 하늘전망대를 찍었으나, 풍차전망대가 더 멋있을 것 같아 그곳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에 다시 풍차전망대를 찍고 안내를 따라갔는데, '차량 진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여기서는 걸어가야 하는가, 하다가 사람들도 별로 없는 듯하여 차를 몰고 들어갔더니 차 한 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후진으로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길이 좁은 탓에 들어가는 곳과 나오는 곳이 일방통행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그걸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오는 길에 안내판도 따로 없었던 듯했다. 11시경에 아점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 길 옆 집에서 옥수수를 판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어서 5천 원어치를 샀는데, 배가 출출해서였는지 알이 굵은 옥수수가 정말 맛있었다. 

 

차를 돌려 이번에는 제대로 풍차전망대로 올라갔다. 옆에는 크진 않지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었고, 차가 몇 대 서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군위호는 군위호를 직접 찾았을 때의 아쉬움을 상쇄해 줄 정도로 산들 사이에 아스라이 펼쳐져 있었다. 

군위호

 

기억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군위호에 들렀을 때 이 풍차를 보고 '저곳에 한 번 들르는 것도 괜찮겠군'하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화산산성이 이곳과 맞붙어 있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산성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과일을 파는 분에게 물어보니 쭉 직진을 하면 된다고 했다. 차를 몰고 산성으로 향했다. 작은 댐(북문댐)이 하나 보였고, 거기서부터 산성까지 약 100m 정도는 걸어가야 했다.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는 성문

 

수구문.
정성이 꽤 들어간 듯한 돌탑 하나.

화산산성에서 나온 나는 이번에는 하늘전망대로 향했다. 

고냉지 배추

목도 마르고 해서 하늘 전망대 앞에 있는 Road Cafe에서 레모네이드를 한 잔 샀다. 이 카페 앞에 담요를 두른 여자분들이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해넘이를 보려고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해발이 높아서 오래 있었더니 추워서 담요를 둘렀다고. 난 이때 이곳이 해발 1,000m는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속으로 '참, 높긴 높구나'라고 되뇌었다. 레모네이드를 들고 차 안으로 와 남은 옥수수와 함께 배부르게 먹고 마셨다. 

하늘 전망대에서의 조망. 화산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풍차와 그 너머 아스라이 펼쳐진 군위호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귀를 기울이면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메밀꽃, 계란 노른자가 있는 개망초와는 많이 다르네.

 

메밀꽃밭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없어서, 여자분들과의 기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해넘이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 이쯤에서 화산마을 나들이를 마감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억새바람길'이라는 곳이 눈에 띄어 혹시나 하고 근처에 차를 세우고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 보았더니 아쉬운 대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절경을 담고 있거나 한 곳은 아니지만,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차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산으로 둘러싸인 채 아스라이 퍼져나간 군위호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드라이브를 겸해 한 번 찾을 만한 곳, 군위군을 대표하는 명소 한 곳을 발견했다는 생각을 안은 채 대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