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생사

by 길철현 2024. 9. 6.

생사

           김광규

 

방독면 쓴 방역요원들이 계사에

사정없이 분무기로 소독약을 뿜어대고

닭과 오리 수천 마리를 비닐백에 잡아 넣어

한꺼번에 살처분한다

조류독감 때문이다

출입통제선

바깥의 냇가에는

어디서 날아왔나

청둥오리들 한가롭게 무자맥질하며 놀고

백로 몇 마리 한 발로 서서

명상에 잠겨 있고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111.

 

- 인간의 필요에 의해 수천 마리씩 사육하고, 또 각종 전염병 때문에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현실. 그 현실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한국시 및 감상 > 김광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규 - 어둡기 전에  (2) 2024.09.06
김광규 - 치매환자 돌보기  (0) 2024.09.06
김광규 - 땅거미 내릴 무렵  (0) 2024.09.06
김광규 - 가을 거울  (0) 2024.09.05
김광규 - 춘추  (0)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