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가을 거울

by 길철현 2024. 9. 5.

가을 거울

                 김광규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고 난 뒤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후박나무 잎

누렇게 바래고 쪼그라든 잎사귀

옴폭하게 오그라진 갈잎 손바닥에 

한 숟가락 빗물이 고였습니다

조그만 물거울에 비치는 세상

낙엽의 어머니 후박나무 옆에

내 얼굴과 우리 집 담벼락

구름과 해와 하늘이 비칩니다

지천으로 굴러다니는 갈잎들 적시며

땅으로 돌아가는 어쩌면 마지막

빗물이 잠시 머물러

조그만 가을 거울에 

온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24.

 

-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낙엽에 고인 빗물에 비친 세상에서 '온 생애'를 읽어내고 있다.

'한국시 및 감상 > 김광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규 - 생사  (0) 2024.09.06
김광규 - 땅거미 내릴 무렵  (0) 2024.09.06
김광규 - 춘추  (0) 2024.09.05
김광규 - 해변의 공항  (0) 2024.09.04
김광규 - 가을 나비  (0)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