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김광규
방독면 쓴 방역요원들이 계사에
사정없이 분무기로 소독약을 뿜어대고
닭과 오리 수천 마리를 비닐백에 잡아 넣어
한꺼번에 살처분한다
조류독감 때문이다
출입통제선
바깥의 냇가에는
어디서 날아왔나
청둥오리들 한가롭게 무자맥질하며 놀고
백로 몇 마리 한 발로 서서
명상에 잠겨 있고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111.
- 인간의 필요에 의해 수천 마리씩 사육하고, 또 각종 전염병 때문에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현실. 그 현실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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