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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해변의 공항

by 길철현 2024. 9. 4.

해변의 공항 

                     김광규

 

고즈넉한 해변의 공항

파리를 오가는 소형 제트기가 하루에

네 차례 뜨고 내린다

지중해의 눈부신 햇빛

투명한 공기와 라벤더 향기 속에

은빛 날개가 바다 위로 날아오른다

11시에 통관대를 닫고 직원들은 

점심 먹으러 나간다

비행 스케줄을 잘못 잡은 외국 승객 몇 명만 남아 대합실을 지키다가

2층 레스토랑으로 옮겨 안자

오후 비행기 편 기다리며

프로방스 포도주를 맛본다

예정에 없이 한참 쉬어간 이곳을

여행객들은 나중에 관광 명소보다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86.

 

- 시와 산문의 구분을 멋적께 하는 김광규. 이 짧은 묘사 밖으로 상상되는 많은 상황과 내용들이 이 시를 살아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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