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공항
김광규
고즈넉한 해변의 공항
파리를 오가는 소형 제트기가 하루에
네 차례 뜨고 내린다
지중해의 눈부신 햇빛
투명한 공기와 라벤더 향기 속에
은빛 날개가 바다 위로 날아오른다
11시에 통관대를 닫고 직원들은
점심 먹으러 나간다
비행 스케줄을 잘못 잡은 외국 승객 몇 명만 남아 대합실을 지키다가
2층 레스토랑으로 옮겨 안자
오후 비행기 편 기다리며
프로방스 포도주를 맛본다
예정에 없이 한참 쉬어간 이곳을
여행객들은 나중에 관광 명소보다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86.
- 시와 산문의 구분을 멋적께 하는 김광규. 이 짧은 묘사 밖으로 상상되는 많은 상황과 내용들이 이 시를 살아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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