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
김 광규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창틀에 앞발 올려놓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집 안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
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
무슨 기척이 있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밤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
모두들 떠나가고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7
- 가족들 모두 어디론가 떠나 혼자인 듯하지만 복실이며, 보름달이며 교감할 대상이 있으니 혼자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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