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비
김광규
광장 가설무대의 조명과 소음이
참을 수 없이 망막과 고막을 찢어대는 저녁
시청 앞 광장 잔디밭에서 마주친 그
노시인은 온기 없는 손으로
악수를 건넸다
걷기조차 힘든 육신을 무겁게 끌고
어둠 속으로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
되돌아보니 50년 전에 산
책 한 권 이제는 겉장이
너덜너덜 해진 그의 시집
서명이라도 받아둘 것을
싸늘한 늦가을 밤 낙엽처럼
떨어질 듯 자칫 땅에 닿을 듯
힘겹게 날아가버린 가을 나비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21.
- 죽음의 빛깔은 무슨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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