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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춘추

by 길철현 2024. 9. 5.

춘추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11.

 

- 이 시는 포착하기 힘든 시각적 현상을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고, 시 창작 과정이 시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 또한 이채롭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긴 시간, 시 창작의 어려움과 삶의 고달픔을 담고 있는 시이자, 그러한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우리네 인생살이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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