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11.
- 이 시는 포착하기 힘든 시각적 현상을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고, 시 창작 과정이 시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 또한 이채롭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긴 시간, 시 창작의 어려움과 삶의 고달픔을 담고 있는 시이자, 그러한 난관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우리네 인생살이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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