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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가을 나비

by 길철현 2024. 9. 4.

가을 나비

                    김광규

 

광장 가설무대의 조명과 소음이

참을 수 없이 망막과 고막을 찢어대는 저녁

시청 앞 광장 잔디밭에서 마주친 그

노시인은 온기 없는 손으로

악수를 건넸다

걷기조차 힘든 육신을 무겁게 끌고

어둠 속으로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

되돌아보니 50년 전에 산

책 한 권 이제는 겉장이 

너덜너덜 해진 그의 시집

서명이라도 받아둘 것을

싸늘한 늦가을 밤 낙엽처럼

떨어질 듯 자칫 땅에 닿을 듯

힘겹게 날아가버린 가을 나비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21.

 

- 죽음의 빛깔은 무슨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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