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I can't go on, I will go on

by 길철현 2024. 9. 7.

이번 여름은 진짜 우라지게 덥군,

천재 과학자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고장난 에어컨 밑에서 잠을 못 이루면

인류의 종말이 저절로 눈 앞에 어른거리지

지난 봄에는 또 무던히도 아팠지

달아난 잠은 수면제에도 잡히지 않고

출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머리가 다시 솟아나기를 바라는 대머리의 간절함으로

돌이키고 싶었지 언제나 울음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고

타인의 울음에 귀를 막고 살아 왔듯

나의 울음마저 웃어젖힐 수 있다면

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우고

강으로 걸어들어간 울프와 같은 강단도 지니지 못했으니

기억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생의 한 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포에서  (0) 2024.09.08
망우당 공원에서  (0) 2024.09.07
탁구의 길 13 - 아이고, YG  (1) 2024.09.05
바퀴벌레  (0) 2024.09.05
영화에의 초대 3 -- 큐브  (1)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