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폭포에서

by 길철현 2024. 9. 8.

 

폭우가 한 바탕 지나가자

하얗게 흔적만 남아있던 폭포

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아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추락이 생명의 본질이라는 아이러니 따위

폭포는 아예 되새김하는 일이 없다

일 밀리미터의 머뭇거림도 없이

수직으로 허공을 가르며

산산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

벼랑이 없더라면

허공이 없더라면

자신도 없다는 걸 진작 알아차린 모양이다

 

심장을 쩌렁 가르는 천둥소리

폭포는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20010702)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소천에서  (2) 2024.09.08
직소폭포에서  (0) 2024.09.08
망우당 공원에서  (0) 2024.09.07
I can't go on, I will go on  (0) 2024.09.07
탁구의 길 13 - 아이고, YG  (1) 2024.09.05